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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원하면 입원시키세요.

rockcrazy1naver.com 2020. 3. 10. 10:21

아이가 원하면 입원시키세요. 저희집은 아이가 입원전과 후로 나뉠정도로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똑같은 효과가 보여도 호르몬에 따라 다르게 작용해서 나중에 부작용이 생기기도 하는게 정신과 약인데 그때의 데이터로 중간에 약을 바꿔야 할때 참고가 많이 되더라구요. 입원후 일주일후 하루 두번 면회가 허용되었을때 낮에는 제가 가고 밤에는 남편이 면회를 갔었는데 남편이 행복해 하더라구요. 아이와 소소한 대화(드라마, 책, 영화, 직장동료 이야기, 음식등등)를 3시간 이상 해본게 아이 초등학교때가 마지막이었더라구요. 남편이 그러더라구요. 대화하는 방법을 몰랐다고. 부모는 교훈적인 이야기만 해야 하는줄 알았다고. 저는 혹시라도 엄마가 힘들어할까봐 이야기 하지 않은 많은 아픔이 있었을까봐 그것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었어요. 혼자 힘들어했을 아이를 생각하면 가슴이 무너져내렸습니다. 다행히 그런일들은 없었고 기질이 예민한 아이가 사춘기와 겹치면서 그때쯤 시작한걸로 예상하더라구요. 아이가 저에게 장문의 카톡을 보낸적이 있습니다. 엄마, 엄마가 일을 해서 내가 아픈거라고는 생각하지 말아줘. 나는 엄마가 일을 해서 자랑스러웠고 지금도 일하는 엄마가 자랑스러워. 나는 나에게 그런 기질이 있었던거고 어떤 이유로 스위치가 켜진것 뿐이야. 엄마가 슬퍼하면 나는 더 많이 슬퍼. 대략 이런 내용이었어요.

저희집은 지금 남편과 아이가 둘이 영화도 보고 맛집도 다니고 쇼핑도 다닙니다. 예전에는 둘이 나가면 서로 다투고 왔었는데 대화하는 방법을 알았다고 할까요? 그리고 남편도 우리가 얼마나 행복한 상황인지 인지 하고 감사해하고 있습니다.

제가 며칠전 병원을 다녀오면서 아이더러 그랬습니다. 엄마는 지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입시시기가 아니어서 다행이고 직장 다니는 시기가 아니어서 다행이고 결혼하기 전이어서 다행이고 엄마 아빠가 둘다 건강하게 돈 벌 수 있을때 이런일이 있어서 다행이고 세상에 다행이 아닌게 없다구요. 세상 살다보면 푹 쉴 수 있을때가 생각보다 별로 없는데 지금 마음속이 시끄럽겠지만 다른 걱정은 말고 그냥 푹 쉰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엄마 아빠가 너하나 책임 못질것 같으냐고. 엄마 아빠는 너만 우리곁에 있으면 더 이상 바라는것 없으니까 조금 덜 힘들었으면 좋겠다고.